Peter Pan in NeverLand
지난 번에 '잘못걸렸다.'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 있다고 했다. 그 때 읽고 있던 책이 김형경 작가의 '성에'였다. 작가의 문장력에 흡입되고 주제 의식에 빠져들어 나의 감성은 한없이 격해져만 갔었다. 그 책을 빌려주신 분은 내게 '넌 너무 이성적인 책만 읽어서 이런 책도 읽어야해.'라고 말씀하셨지만, 글쎄... 나는 오히려 너무 감성적이어서 이성적인 책을 찾았던 건 아닌가 하고 대답하고 싶다. 그렇게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감성이 겨우 잦아들 무렵에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라는 제목의 책이다. 주인공에 자신을 투사시켜서 얻는 대리 만족에 대해서는 이미 중고등학교 때 고민했던 부분이다.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들보다 평범한 주인공들이 특별한 ..
지난 토요일에 현장 견학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는 고속도로시공 현장이었다. 덕소역에서 내려 시공 회사가 보내준 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서울 외곽의 번화가보다 작은 느낌이 드는 시내를 가로 질러가는 동안 나는 거리를 바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시내버스를 타고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고,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1층 상점들의 간판을 쳐다봤다. 아이들의 가무잡잡한 피부와 옷차림에서 새삼 여름을 느꼈고, 넓지않은 도로와 구멍가게 수준의 슈퍼가 웬지 정겨웠다. 그렇게 낯선 곳을 지나가면서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종종 궁금해진다. 그들은 어떻게 사랑을 하고, 즐거워하고, 울고 화내면서 살아가는 걸까. 그들의 기쁨은 무엇이고 슬픔은 무엇이고 즐거움과 괴로움은 무엇일까. 그..
어릴적 학교를 다닐 때, 꼭 반에 한 명은 친한 친구가 있었다.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바뀌면서 그 친구는 다른 친구로 바뀌곤 했다. 이사를 몇 번 다닌 덕에 동네 친구라고 할만한 친구도 별로 없다. 그러나 항상 주변엔 친한 누군가가 있었기에, 그것을 크게 아쉬워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인간 관계의 확장이고 변화라고 받아들였다. 이런 것으로 사회성과 사교성을 키운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맞는 생각이었다고 믿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것과 더불어 한 가지 더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인간 관계라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 관계를 두텁게 하는 것은 힘들지만, 소원해지는 것은 간단할 수도 있다는 것. 많은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만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만..
느즈막히 일어났다. 학회 때문에 부산에 다녀온 후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 것인 지, 전날에 있었던 뮤지컬의 감동과 그 후의 자리에서의 긴장이 남아있던 것인 지, 아침에 일어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뭐, 원래 평소에도 잘 일어나지 못하는 편이긴 하지만..-ㅂ-;;)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도착. 오늘도 별로 변한 것이 없는 하루지만, 시간이 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누군가는 오늘 태어났고, 누군가는 오늘 생을 마쳤겠지. 누군가는 이별을 하고, 누군가는 만남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나도. 그리고 다른 그 누구도. 오늘 하루의 변화를 느꼈든, 그렇지 않았든, 변화는 꾸준하고 느린 속력으로, 그렇지만 분명하게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