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한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그만큼의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우연히 듣게 되는 음악, 정기적으로 방송되는 TV 프로그램, 매일같이 지나다니던 길이나, 자주 혹은 가끔 사용하는 물건들, 심지어는 날씨나 거울 앞에 선 내 모습 속에서도 그 사람과의 일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때때로 작은 행복과 함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대하는 어색함과 함께 아픔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감정이 무엇인 지는 우리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내 삶의 증거이자, 내 이상의 흔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군대에서 짬밥을 적당히 먹었을 때의 일이다. 일이등병 때는 당연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상병이 된 후부터는 집에서 책을 한 두권씩 가져와서 읽고 있었다. 정확한 시기를 알고 싶다면 그 당시의 일기를 들춰보면 되겠지만, 지금은 귀찮으니 패스... 아무튼 그렇게 몇권의 책을 읽은 후에 고등학교 동창을 군대에서 만났다. 군대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날 꺼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않았던 데다가 그 녀석과는 꽤 오랫동안 짝도 하면서 친했기 때문에 내 반가움은 이를데가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연대 본부에 속했고, 나는 전투 중대 소속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이란 일요일에 있었던 종교행사 때 뿐이었다. 녀석은 연대 본부였기 때문인지 짬이 한참이나 안 되면서 내가 상병이 되어서야 겨우 할 수 있는..
이제 또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이번 해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남다른 해가 된 듯하다. 올 해엔 교회를 거의 가지 않았고, 힘들 때 찾아갔던 상담소의 홍선생님께서 일을 그만두셨으며, 친한 친구 하나는 완벽한 솔로가 되어버렸고, 또 다른 친구 하나는 애인이 생겨버렸다. 나는 몇 년만에 다시 솔로 부대로 복귀해버린 것으로 20대를 마무리했다. 30대라는 나이가 아직은 별다른 의미를 갖고 다가오지 않는다. 주변의 동갑내기들이 느끼는 30대에 대한 거부감도 별로 없다. 내가 둔해서 아직 그런 것들에 별다른 감흥을 못 받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나에게 내년이란 그저 한 해가 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또다른 해일 뿐이다. 그리고 그 해에는 새롭게 다시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취직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