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나는 둔한 것이 틀림없다. 충격을 막상 그 순간에 느끼지 못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 천천히 오는 것을 느끼는 것이 그 증거다. 교수님께 서류에서 불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끝내고 홀로 담배를 빼어물 때쯤에 왜 그리 씁쓸하던지. 정말... 씁쓸~ 하구만.
찜찜했던 추석도 다 끝나고, 드디어 오늘은 D-Day. 애타게 기다려왔다고 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나름의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SK건설의 서류심사 발표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귿이 그것 때문은 아니었지만 오늘 하루 잘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떠지지않는 눈을 무리해서 벌려가며 수영으로 산뜻하게 시작했다. ....... 고 믿었다....-ㅅ-; 수영을 다녀온 후에 바지를 갈아입기 위해 벗어놓은 그 후부터, 나의 하루는 찬란히도 망가지기 시작하더라. 시작은 지갑이었다.ㅋ 바지에 항상 넣어두던 지갑을 무슨 일이었는지 내 방의 책상 위가 아닌 거실의 책상 위에 두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외출하시고 한참이나 지난 후에 아버지가 내 지갑을 가져갔다는 것을 알았다. 지갑에는..
신문과 시사잡지를 읽다보면 종종 흥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실과 나의 상황에 대한 분노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분노를 차분하게 바라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차분은 개뿔... 건드리면 폭발해버릴 것 같은 휴화산의 상태로 희생물을 찾아 눈을 희번뜩거리는 걸..-ㅅ-;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나의 상태에 대한 중화제를 찾아냈다.'ㅂ' 지금 읽고 있는 책인 '푸코의 진자'가 바로 그 핵심~!! '푸코의 진자'는 유럽의 오래된 음모론인 성전기사단에 관한 소설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저력이 행간에 잘 스며든 이 책을 읽는 것은 작가가 책 속에 흠뻑 담아둔 언어의 유의와 논리적 추론을 즐기는 일이다. 책의 소재 자체가 음모론이기 때문에 현실 문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의 복잡스러움도 없..
늦게 철이 들라고 내 이름을 후철이라고 지은 것은 아닐텐데, 뒤돌아보면 참 철없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살았다.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는 '스무살까지만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본 것도 아니고 그냥 그 무렵에는 내가 동심이라는 것을 잃는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만약 내 생각을 실천했다면(?) 나는 인생의 수많은 다른 즐거움들은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첫사랑을 시작하면 꼭 그 사람과 결혼하고 평생을 보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엄청난 의미와 함께 나름의 판타지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만약 내가 마음먹은 것을 계속 유지했다면 아마 나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혼자 살아야 했을 것이다. 군대를 제대할 무렵에는 인생의 의미를 알아버렸다고 착각했다. 그 당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