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있고 싶다.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내가 찾는 사람도 없이 그냥 조용히만 있고 싶다. 조용한 곳에서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점토로 공작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 그냥 그렇게 며칠씩이고 있고 싶다. 돌아갈 걱정이나 해야할 일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마냥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내게 주어진 일이나 나의 위치가 마냥 한가하지가 않다. 아마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계속 그 상태로 있을 것이다. 나이가 한참이나 더 먹고, 더 먹어서 내가 이런 일기를 썼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즈음에는 가능할까. 지쳤다고 말하는 것도 이제는 식상할 정도. 그냥... 그저 알 수 없는 것에서 향수를 느낀다고 해두자.
친구와의 통화 중에 친구가 의례적인 인삿말을 건냈다. "요즘 잘 지내?" "뭐, 그냥저냥.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거지, 뭐." 그런데, 친구는 그냥 의례적으로 건낸 말은 아니었나보다. "너 요즘 좋다는 이야기를 통 안 하는구나. 매번 그렇게 안 좋아?" 생각해보니, 정말 요즘엔 바쁘다, 힘들다, 짜증난다의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여유가 없어진 것도 있고, 지금의 이 곳이 내 스타일과는 안 맞는 부분도 있다고는 하지만, 스스로가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대학원에 들어오기 바로 전의 생활들이 내게는 너무나 좋았다고 느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금의 생활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그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내 스스로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난 일기를 쓴 지도 오래 되었고, 올 해가 시작한 지도 많이 지났고, 암튼 뭔가가 많이 지나기는 했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뭔가를 해 놓은 건 없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보낸 것도 아닌데, 진척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마음만 급하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끙. 소년이로 학난성이라고 했던가. 어렵긴 어렵구나.
어느새 지난 번 일기를 쓰고도 열흘이나 지나버렸다. 그 때 이후로 나름대로의 주문이 잘 먹히고 있는 것인 지 아니면 주변 상황이 나에게 조금은 유리하게 돌아간 것인 지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전보다 스트레스의 강도가 조금 줄어들었음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스트레스가 없진 않아. 이미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버린 지도. 최근들어 이중적인 나의 모습을 느끼고 기분이 나빠질 때가 있다. 연구실 속에서 행동하는 나의 모습과 연구실 외부에서 행동하는 나의 모습 사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기존에 나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은 아마도 연구실 외부에서 행동하는 나일 것이다. 그런데 연구실로 들어오기만 하면 그런 나는 간데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내 모습이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