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목요일부터 금요일은 외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전주에 내려갔다 왔다. 같은 날, 내 친구인 창헌이 아버지의 장례식도 치뤄졌을 것이다. 제목에는 두 번의 장례식이라고 했지만, 결국 내가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외할머니의 장례식 뿐이었다. 외할머니는 94살까지 사셨으니 오래 사신 편이었고, 마지막까지 편안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장례식은 8남매나 되는 외가댁 식구들의 주변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외가인 삼례에 사시는 분들을 포함해서 각 지역에서 관광버스까지 대절해서 와주신 덕분에 조문객 수는 1명이 부족한 900명. 아마 방명록에 기입하지 않은 다른 분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거의 1000명에 달하지 않을까 한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간만에 허리에 시큼한 통증을 느..
뒤로 미뤄진 아르바이트 시간 덕분에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간식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대학 동기의 부친상 문자가 하나 날라왔고, 나는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없으면 못 살 정도로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친하게 지내던 녀석이었다. 동갑인만큼 그 녀석 아버지의 연배도 그리 많은 것은 아닐텐데 갑자기 돌아가시다니. 장례식은 멀리 전남 광주에서 치루는 것이었지만, 어차피 직장을 다니는 몸도 아니고 한 번 내려가서 얼굴이나 보고 와야지 생각했다. 잠시 후, 동기 중에 가장 친한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나보고 장례식에 참석할 지 물은 녀석은 대뜸 내게 결혼한다고 일갈을 날렸다. 말이 다 안 나오더라. 간다간다 말만 많았지, 주식이 반토막나서 돈 없네, 결혼은 하자고 했지만 구체적인 건 ..
아직 섣부르게 결과를 이야기하기엔 이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뭐, 굳이 찍어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되는 것은 아니니까..ㅋ 일요일에 있었던 시험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해도 할 수 없는 일이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발휘하지 못했다 해도 지나간 일일 뿐이다. 사나이가 되어가지고 그까짓 일에 벌벌 떨면서 시무룩하게 지낸다고 한들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을 터~!! 다시금 나는 자기소개서를 써야하고 전공공부를 해야하지만,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음이다. 어차피 이제 다른 곳에서도 공채는 나올 것이고 정 안 되면 입버릇처럼 말하는 교수님을 찾아가도 될테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냐. (써놓고 보니까 너무 식상한 표현이라 키보드를 누른 내 손가락들을 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언제나 반갑게 맞아줄 수 있는 비가 내렸다. 하지만 이 녀석은 무척이나 수줍음이 많아서 처음부터 당당하게 나타나진 않더라. 마치 학창시절 내내 공부만 하고 다른 일에는 고개도 못 돌리고 있던 순박한 학생이 막 대학생이 되어 멋도 모르고 나간 미팅 자리에서 어쩔 줄을 몰라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처럼 찔끔찔끔,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금씩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더란 말이다. 의정부역에서 잠시 멈췄을 때 검은 밤 풍경을 배경으로 한 전철의 창을 보면서, 나는 여전히 이 녀석이 자신감을 못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사. 창 밖의 검은 밤 풍경에 가로등이 더해지면서 나는 이미 자신감으로 충만한 녀석의 흔적이 전철 창에 거미줄처럼 얽힌 것을 보게 되었다. 전철을 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