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원래 장마도 다 끝나고 무더위도 끝나간다고 생각할 무렵에 태풍이 왔던가? 벌써 30여년동안 겪었을 텐데도 도무지 이 날씨라는 것에는 익숙해지지않는 것 같다. 아무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제 가을의 문턱이라고 여겨지던 날씨가 오늘은 다시 여름인양 덥고 습한 날씨로 변해버렸다. 알바가 끝나고 학교에 다시 오기 위해 내렸던 회기역에서는 분명히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10여초를 고민하던 나는, 회기역 앞에서 (꽤 익숙하게 생긴) 잡화상 아저씨에게서 우산을 샀다. 그리고 학교로 가기 위해 방향을 잡자마자 비는 곧 장대비로 바뀌었고 나는 나의 선택에 감사해야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고, 가로등에 비췬 빗줄기들은 바람을 타고 무리지어가고 있었다. 바지는 이미 다 젖어버렸고 스멀스멀 신발 속..
아무 변명도, 아무 할 말도 없었다. 뒤늦게 생각하고 다시 고민해도 대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오해가 있었던 것도, 서로간에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저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고,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변명도, 할 말도 없었다. 그저. 계속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미안하고 너무 미안해서..................................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서던 그는 거울을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만다. 그의 눈 앞에는 지금껏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이 거울을 통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거울 속에서 기대했던 모습은 열정과 자신감에 차있으면서 소년다운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던 젊은이였는데, 막상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피곤에 지치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쓰러질 듯 위태해보이는 아저씨였다. 언제부터 그렇게 바뀌었던 것인 지, 언제부터 그렇게 망가졌는 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지만 거울 속의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자신은 다 성장했고, 세상의 그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이 혼란스러워졌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 지 곰곰이 생각해봤지..
벌써 중복이 지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은 시작되었지만, 살을 태울 듯이 내리쬐는 태양과 푸르른 녹음은 느끼기 힘든 것 같다. 최근 날씨들은 흐릿한 하늘 아래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로 가득하기만 하다. 이런 날에는 집에서 속옷만 입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곧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 된다면 짜증지수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며 착륙할 생각을 안 할 것이다. 이렇게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때에 불쾌지수를 한층 더 높일만한 생각이 들었다. 잊혀져가는 것. 잊혀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그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시스템이니까.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잊혀진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