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하루종일 꾸리꾸리한 하늘 아래서 기분도 일진도 꾸리꾸리했다. 움직이고 싶은데,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발버둥만 치는 악몽이 떠오른다. 내가 처해있는 이 상황이 '정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래 전에 읽었던 타나토노트의 한 귀절이 떠오른다. "그런데,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조금 더 무뎌지고, 조금 더 무관심해지는 것. 조금 더 거만해지고, 조금 더 권위적이 되는 것. 조금 더 비열해지고, 조금 더 야비해지는 것. 조금 더 자기 이익을 챙기고, 조금 더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것. 조금 더..? 아니, 훨씬 많이. 내겐 어른이 된다는 것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다 버려내지 못했고, 다 비워내지 못했다. ... 내가 부처도 아닌 걸, 뭐...
벌써 일주일도 더 지나버린 이야기이다. 저녁 7시 무렵,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네, 아빠." "응, 뭐하고 있었냐?" "당연히 공부하고 있었죠." "그래, 공부. 공부 열심히 해라. 넌 학비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해. 그래서 박사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이구, 학비는 제가 나중에 보충할께요." "아냐, 학비는 아빠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공부만 열심히 해." 지금에야 이 대화가 낯간지러웠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 대화를 마칠 때 나는 내 가슴이 찡하게 울리는 걸 느꼈다. 벌써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여전히 몸으로 뛰는 일을 하시는 아버지께, 나는 참으로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결국 나는 나의 꿈을 위해 부모님을 딛고 올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