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8년 10월 9일 목요일 날씨 조금 흐림. 소설을 읽다가. 본문

일기

2008년 10월 9일 목요일 날씨 조금 흐림. 소설을 읽다가.

☜피터팬☞ 2008. 10. 10. 03:44
반응형

얼마전 후배 집에 놀러갔다가 96년도 이상 문학상 수상집을 빌려왔다.
무척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작품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의 윤대녕 작가가 그 해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나의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다보니까, 그 해의 우수작에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작가인 김형경의 작품도 실려있더라.

나는 수상집에 실린 단편집들을 보다가 몇몇 작품에서 약간의 공분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 작품은 바로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자'와 은희경의 '빈처'였다.
그런데 갑자기 바로 그 부분에서 뭔가 걸리더라.

김형경 작가의 경우 이미 알고 있었던 페미니스트 작가였다.
내가 읽었던 작품에서는 그렇게 심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96년도의 '담배 피우는 여자'는 내게 상당히 공격적인 인상을 심어주더라.
그리고 은희경 작가의 '빈처'는 나중에 수상평을 가만 보니 역시 페미니즘적이라고 했다.
그녀들의 작품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관점은 여성이 받고있는 사회적인, 환경적인 억압이었다.
그것을 표현하는 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두 사람 모두 여성이 처해있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어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심히 공감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척 슬프기까지 하였다.
내가 묘함을 느낀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나는 심사평을 읽을 때까지 그녀들의 작품이 페미니즘적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으기 문열이 아저씨의 심사평에서는 그것을 불쾌하게까지 생각하는 듯한 뉘앙스까지 느껴졌는데...

흠... 하지만 일기를 쓰다보니 뭔가 정리가 좀 되는 것 같군.
나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나라에 성차별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저 작품이 쓰여졌던 96년보다야 많이 나아졌겠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성 문제에 그렇게 높은 관심과 열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
게다가 바로 그러한 부분을 지적했기 때문에 두 작가의 작품에 심히 감동한 것도 아니다.
나는 그것이 오히려 인간 자체에 대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꼭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런 아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그 자리에 그렇게 들어선 것은 소설적 현실성이라고 해두자.

한 심사위원은 김형경의 작품을 두고, 어우러지지 못함이 아쉽다고 했다.
남자는 무조건 억압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듯한 느낌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남자, 여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으로 남자와 여자가 만나기 위한 배경을 아직 우리는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무조건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식으로 끌어가서는 안 된다.

우리 인간답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