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7년 10월 22일 월요일 날씨 맑음. 넌 얼굴이 몇 개니? 본문

일기

2007년 10월 22일 월요일 날씨 맑음. 넌 얼굴이 몇 개니?

☜피터팬☞ 2007. 10. 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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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다.
무척 좋아했고, 특별히 내 감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나를 아는 아이들은 내가 그 애를 좋아한다는 것도 다 알았다.
그런데 나는 그 애와 봄방학이 시작되기 전 단 며칠동안만 짝을 할 수 있었다.
그것과 관련된 (나 혼자만) 재미있는 일화들이 몇 개가 있는데, 그 이야기를 지금 하려는 것은 아니고..^^;
암튼, 나는 그 애를 좋아했지만, 나와 오랫동안 짝이었던 여자애는 따로 있었다.

그래, 그 날도 그냥 평범한 겨울날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책상을 새로 배치한 탓에 3분단은 중간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내가 좋아하는 그 애는 2분단. 나는 두 칸 떨어진 4분단.
그리고 몇 교시가 지난 쉬는 시간에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그 애와 그 애의 단짝 친구가 자기 자리에 앉아서 이런 말을 던졌다.

"넌 얼굴이 몇 개니?"

좋아하는 여자애가 던진 저 말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말투도 그다지 곱지 않았고, 말 자체만 놓고 봐도 그다지 좋을 것 없는 말이었다.
나는 당장 그 애의 뒷자리에 가서 캐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대답을 듣진 못했다. 수업 시간에 무단으로 자리를 바꿨음에도.

얼굴이 몇 개냐는 그 질문은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그 대답이 어렴풋이 윤곽이 드러난다.
내 다양한 얼굴들을 지금에 와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변경' 못지않은 내 수많은 얼굴들을.
인정을 하고싶지않았던 부분도 있었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다 수용하게 되었다.
지금은 조금 어른이 되어서일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속에 물들었기 때문일까?
나는 그저 나를 받아들인 거라고, 인간이란 것의 기본 속성을 그렇게 파악하고 인정한 거라고 말은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 대답이 완전한 대답은 아니다.
나이를 먹고 또 먹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저 질문이 다시 떠올랐을 때 내 대답은 달라질 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래서, 나름의 대답을 찾았다고 믿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저 질문은 잊혀지지않고 내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는 것 같다.

"넌 얼굴이 몇 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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