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게임 - FEAR THE SPOT LIGHT [PC, Steam] 본문
'어둠 속에 나 홀로, Alon in the Dark(1992)'라는 게임이 있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조악한 3D 폴리곤 덩어리인 이 게임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무렵 즐긴 몇 안 되는 호러 게임이기 때문이다.
답답한 조작감에 한글판은 꿈도 못 꿀 시기에 공략집을 뒤져가며 열심히 플레이를 하였지만 결국 엔딩을 보는 것에는 실패했었다.
시간이 흘러 엄청난 그래픽에, 재미있는 시나리오의 호러 게임 몇 개를 즐겼음에도,
어린 시절 끝끝내 깨지 못한 '어둠 속의 나 홀로'는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남아있다.
(그때 깨지 못하고 막혔던 그 부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버그가 있는 부분이었다. 부들부들.)

그리고 어느 날, 무언가 향수를 일깨우는 게임 정보를 인터넷 게임 소개 기사에서 우연히 보고는 홀린 듯 게임을 구매하였다.
실사와 별 차이가 없는 그래픽이 난무(?)하는 시대에 이런 오래된 시대착오적인 느낌의 그래픽이라니!!
하지만 호러 게임에는 오히려 이런 그래픽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너무 리얼한 그래픽에서 오는 불쾌함을 감소시키고, 분위기에 의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
'호러는 좋아하지만, 너무 무서운 건 싫어요(?)' 수준의 플레이어에게 적합하지 않을까?
내 경우에는 리얼한 비주얼에서 오는 공포보다 분위기와 상황에 의한 공포를 즐기기 때문에... 그래픽이 좀 구려도 괜찮다. ㅋㅋ
※ 이 리뷰에 공략은 없습니다. 혹시 이 포스팅을 보는 분이 공략을 찾는 분이시라면 얼른 다른 글을 찾는 편이 좋습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에이미와 비비안이라는,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두 소녀다.
타이틀 화면에서 보여준 거친 느낌은 인 게임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런 일관됨은 장면 연결의 자연스러움 면에서는 좋지만... 확실히 발전된 요즘 그래픽에 익숙해진 어린 유저들에겐 어떤 느낌일지?
그래픽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게임을 시작하고 살짝 후회가...;;; 나도 너무 미형 캐릭터에 길들여진 건가..-ㅂ-;;

전통적인 호러 문법에 따르면, 하지 말라는 일을 안 하고, 괜히 위험한 일을 벌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면 호러 이야기 자체가 시작을 안 한다. 쿨럭.
하지만, 이 두 소녀는 과거 화재로 인해서 수많은 학생이 희생된 학교의 도서관에서 위자보드로 귀신을 불러내는 의식을 벌이고...

결국 에이미는 이 의식이 불러낸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홀로 남은 비비안은 사라진 에이미를 찾기 위해 학교를 탐험하며, 과거 학교의 화재 사건에 대한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게임은 별도의 튜토리얼 없이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초반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만으로 게임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조작법과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요구되는 퍼즐은 어렵지 않지만,
조작감이 썩 좋다고 하기는 어려운데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움직임이 느리기 때문이다.-ㅅ-;
애당초 어드벤처 게임은 빠른 진행이 필요 없지만, 최근 내가 액션류의 게임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답답한 감이 있었다.

답답한 움직임에 대한 불호를 극복한다면, 게임의 진행은 큰 어려움 없이 수월한 편이다.
어드벤처 게임답게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퍼즐을 진행해야 하는데
퍼즐의 내용이 이야기의 진행에 잘 녹아들어서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고, 퍼즐 수준도 너무 난해하지 않아서 매끄럽게 진행 가능하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과거(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등장하는 아이템들이 예스러운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퍼즐이 더 재미있었다.
어쩐지 제작진의 연령대가 나랑 비슷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ㅋㅋㅋ

퍼즐이 있는 위치와 퍼즐을 풀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의 위치를 찾는 부분에서만 헤매지 않는다면,
특별히 공략집을 찾거나 검색 없이도 게임이 수월하게 진행되는데, 이것은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 하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게다가 이 게임은 퍼즐이 전부가 아니라 적을 피하는 액션도 요구하기 때문에 게임 자체가 지루하거나 하진 않다.
대신 그래서 답답한 움직임이 더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그런데 역으로 적들도 엄청 빠르게 움직이진 않아서 좋게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꽤 괜찮은 게임인데, 뭐랄까... 그만큼 엄청 몰입되거나 집중력을 요구하진 않는다.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만큼 뭔가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거나 플레이 방법을 연구하게 만드는 요소는 없는 듯.

스토리적으로도, 이 게임은 별 다를 것 없이 약간 흔한 편이지만, 이야기 자체의 구조나 풀어가는 방식은 억지스럽지는 않다.
마치 무난한 괴담이나 기담 드라마를 보듯 적당히 가볍게 즐길 수 있다고 할까?
그래서 이 게임은, 전체적으로 봐서, 이야기 자체를 즐기거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에게 적합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리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데, 마침 게임도 적당히 즐긴다? 바로 그런 사람에게 이 게임은 매우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

아무튼 학교의 과거 사건과 관련된 비밀을 파헤치면서 진행하다 보면, 그래도 게임이라고 마지막 보스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비비안... 너... 이렇게 보니까 정말 못생... 퍽!!



이처럼 썩 괜찮은 호러 단편 소설집에서 가볍게 읽어볼 법한 으스스한 이야기를 모두 파헤치고 이야기는 대망의 끝을 맺는다.
어떤 의미에서 엔딩 역시 무난하다면 무난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끝을 내는데, 억지스럽지 않은 게임의 기조가 엔딩까지 이어지는 느낌.
이제 게임 끝...

...인 줄 알았는데, 챕터 2가 있다??
챕터 1은 비비안을 플레이해서 에이미를 구하는 것이었는데, 챕터 2는 뭐지??
챕터 2는 이 게임의 엔딩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납치된 에이미를 플레이하여 진행하는 파트다.
호오... 이거 신선한데.
챕터 1에서 밝혀지지 않은 떡밥이나 숨겨진 설정을 밝히는 것인가...?

챕터 2 역시 1과 마찬가지로 퍼즐을 푸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챕터 1에서는 헤드라이트 머리(!) 괴물을 피하는 것이 주요 액션이었다면, 이번에는 처녀귀신처럼 생긴 적을 피해야 한다.

다만 챕터 1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문 따기 퍼즐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에이미의 특수 능력(?)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덕분에 기본적으로는 챕터 1과 유사하면서 살짝 다른 느낌으로 퍼즐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챕터 2의 이야기는 숨겨진 설정이나 떡밥과 관련된 것은 아니고, 그냥 에이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챕터 1을 진행하면서 등장한 장면과 연결되는 장면은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완벽한 사이드 스토리이고,
게임 방식이나 액션성 등 즐길 수 있는 요소도 챕터 1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챕터 1이 별로였다면 굳이 플레이할 이유는 없을 듯?
하지만 돈을 주고 샀는데, 플레이 안 하고 그냥 지워버리는 건 또 아깝잖아??

그리고 챕터 2까지 즐기고 나면 진엔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난한 플레이 방식과 무난한 게임 내용처럼 엔딩 역시 무난하다.

게임을 하드 하게 즐기는 편은 아닌, 나의 전체 플레이 시간은 6.3 시간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게임의 도전 과제 중에 '완벽'이라는 과제는 챕터 2까지 모두 클리어해야 받을 수 있는 도전 과제인데,
전체 플레이어 중 이 과제를 달성한 사람이 45.2%이라고 나와있다.
스팀에서 해당 게임에 대한 평가는 압도적 긍정이 많고, 내가 직접 플레이한 전체 플레이 타임이 그렇게 길지 않은 것에 비춰보면,
의외로 마지막 엔딩까지 본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한 느낌이긴 하다.
이 게임의 마지막까지 진행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 게임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몰입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부분.
그리고 끝까지 플레이한 나의 감상으로도, 그런 중도 포기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
실제로 나도 챕터 1을 끝내고 5개월이나 묵혀두고 나서야 챕터 2를 끝낼 생각을 했으니까... 쿨럭.
그래도 아무튼, 간만에 나쁘지 않은 호러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조작감, 이야기, 난이도, 뭐 하나 빼놓지 않고 무난한,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게임이었다는 평가.
아무런 아쉬움 없이 무난하게 이 게임을 지울 수 있게 된 것도 이 게임의 무난함 중에 하나로 추가해야겠다. ㅋㅋㅋ
P.S : 이제 어디 게임 기사에서 괜찮은 게임이라고 소개된 글을 봐도 막 플레이 해보고 싶어지진 않을 듯...-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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