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9년 9월 1일 날씨 맑음. 아침의 추임새. 본문

일기

2009년 9월 1일 날씨 맑음. 아침의 추임새.

☜피터팬☞ 2009. 9. 1. 09:39
반응형
추임새 : [명사][음악] 판소리에서, 장단을 짚는 고수가 창의 사이사이에 흥을 돋우기 위해서 삽입하는 소리.
(다음 국어사전)

추임새 : (전략) 추임새는 창자의 흥을 돋우어 소리를 잘하도록 돕고, 청중의 분위기나 감흥을 자극하여 소리판을 어울리게 하며, 창자가 아니리로 말할 때는 고수가 추임새로 상대역을 맡아 표현한다. (후략)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달여전부터 수영을 다니고 있다.
의정부라는 동네는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어서인지 수영을 다니려면 집에서 좀 떨어진 곳까지 가야만 했다.
더군다나 수영장이 있는 곳은 내가 선호하는 지하철 역과의 거리도 상당히 있는 편인데다가
집 근처에서 그곳까지 가는 것은 단 하나의 마을 버스.
물론 마을 버스 배차 시간은 충분히 짧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저 내가 버스보다는 여러모로 전철을 좋아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지.
집이 전철역과도 가까운데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는
버스탈 일보다 전철을 탈 일이 월등히 많았던 내게는 익숙함의 정도에서도 버스보다는 전철이 우위였다.

그랬는데, 그것이 얼마전까지의 내 마음이었는데, 최근들어 다른 버스는 몰라도 마을 버스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침마다 듣는 버스기사 아저씨의 '추임새' 덕분이다.
이 추임새에 대해서 초등학교 때 도덕시간에 배운 이야기 하나를 먼저 소개해야겠다.
기억나는데로 내가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면에서는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반적인 요지는 다르지 않을 테니 안심하시고 보시기를...

오늘도 철수 아버지는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십니다.
마침 철수 아버지의 회사까지 가는 버스가 오네요.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시는 철수 아버지께 버스기사 아저씨가 웃으시며 인사하십니다.
"안녕하세요.~^^"
철수 아버지는 그 인사를 받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있던 회의 시간 내내 빙긋이 웃으시며 회의를 하셨고,
웃는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되니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기분좋게 회의를 마친 철수 아버지 회사의 한 직원이 외국 회사와 통화할 일이 있나봅니다.
영어로 이야기하는 직원의 얼굴과 목소리에서도 웃음이 배여있습니다.
그렇게 웃는 직원과 통화를 한 외국인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침에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의 웃음띈 인사는 이렇게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까지만 읽어보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는 다들 아실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버스를 타면 운전기사 아저씨들이 인사를 하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좀 어색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했는데, 관성이라는 놈은 역시 무서운 놈이어서 요즘엔 그냥 덤덤하다.
게다가 이건 나 혼자만의 감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버스기사 아저씨들의 인사가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닌,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듯한 느낌이 꽤 자주 들었더랬다.
인사를 받는 승객들은 무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이래서야 어릴적 도덕책에서 읽은 행복한 세상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최근에 뵌 마을 버스 운전 기사 아저씨의 인사는 아침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내가 가는 시간에는 그 근방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한 학생들과 전철역까지 가는 직장인분들이 버스를 이용한다.
오늘 아침에도 나를 수영장까지 데려다주신 기사 아저씨는 승객들이 탈 때마다 인사를 해주신다.
이 부분만 보면 여느 기사 아저씨와 다를 바 없지만, 첫번째 포인트는 바로 여기다.
승객들이 버스 카드를 찍기 위해 올라올 때마다 웃으시며 반갑게 인사를 해주신다.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시켜서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닌, 진정성이 담긴 듯이 보이는 인사를 말이다.
일반 성인들이 탈 때는 "안녕하세요~"를,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는 "어서 와~"를 말씀하시는 그 분의 표정과 목소리는
내가 어릴적에 도덕책에서 읽었던 버스기사 아저씨가 현실에 나타난 듯 하다.
더 중요한 두번째 포인트는 다음에 있다.
게다가 승객들이 하차할 때마다 기사 아저씨는 뒤쪽을 비춰주는 거울을 보시면서 "안녕히 가세요"를 외치신다.
승객들에게 내릴 때도 인사를 하다보니, 정차할 곳이 많은 여느 마을 버스에서 있을 법한 정거장을 그냥 지나간다거나
문을 미리 닫거나 혹은 깜박하고 문을 열지않아 승객들이 기사 아저씨를 짜증섞인 목소리로 부를 일도 없다.
(나는 버스를 많이 이용하지 않음에도 몇 번 이런 경우가 있었다.)
더군다나 내리시는 승객이 기사 아저씨의 인사에 대한 답으로
"수고하셨습니다."라거나 "감사합니다."를 말하면
기사 아저씨는 그 말에 대해서 다시 "감사합니다."라고 대꾸를 해주신다.
오늘 아침에 나는 그 기사 아저씨와 서로 "감사합니다."를 주고 받았다.^^

추임새는 판소리 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연극에서 배우의 연기에 관객들이 웃는 것도 하나의 추임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임새를 맛깔나게 하는 것은 능력이겠지만, 추임새 자체를 놓고보면 너무 어려워서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에게 반응하고 그 반응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이 추임새이고,
그 추임새의 역할은 이야기의 진행을 더욱 재미있게 하며 이야기를 이끄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준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다시 추임새를 넣는 사람에게 옮아가 추임새를 넣는 사람도 즐겁고 신명이 나는 것이다.

내가 만난 버스기사 아저씨의 추임새는 나의 아침을 즐겁고 신나게 만들어준다.
오늘로 그 기사아저씨를 본 것이 두 번째.
앞으로 자주자주 뵈어서 아침마다 추임새를 주고 받고 싶은데 말이지.ㅎㅎ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