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an in NeverLand

2006년 11월 6일 월요일 날씨 비오고 흐림. 책읽는 남자. 본문

일기

2006년 11월 6일 월요일 날씨 비오고 흐림. 책읽는 남자.

☜피터팬☞ 2006. 11. 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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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어딘가로 이동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항상 걸어서 도착할 수 있었던 초중고등학교를 지나
난생 처음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게 된 이후
시간을 잘 활용해보자고 시작한 '이동 중 독서'는
지금도 내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디를 가던, 무엇을 타던, 때때로는 걸으면서까지
책이 없으면 시간은 왜이리 더디게 흘러가는 지.
이제는 오히려 진득하니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움직이는 무엇 안에서 책을 읽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편하다.
그리고 그 덕에 나는 내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때때로 낯설게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는 그 때의 내 기분을 좌우한다.
어떤 책은 내게 벅찬 희열과 호기심, 즐거움을 안겨주고,
어떤 책은 내게 차분함과 감상적인 기분 혹은 우울함을 던져준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고개를 들어 창밖으로 흘러가는 거리를 보거나
내 주위에 무관심하게 서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바라볼 때에도,
내가 어떤 책을 들고 있었고, 어떤 내용을 읽고 있었느냐에 따라서
익숙한 풍경들이 매번 다른 의미를 들고 나와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윤대녕 작가의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를 읽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내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어느 새 발갛게 물든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이구나. 시원한 바람 한 점이 지나갔다. 그 책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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